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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kachoi81

[영화] 흔들리는 도쿄




흔들리는 도쿄(Shaking Tokyo)

◾ 감독·각본: 봉준호

❙ 영화 소개

영화 도쿄!(2008)는 3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이다. 에피소드3. [흔들리는 도쿄]는 러닝타임 30분의 10년째 집안에서만 틀어박혀 지내는 히키코모리의 이야기이다. 토요일은 피자를 주문하는 날, 피자 배달을 하러 온 여자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다시 토요일.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에 피자를 주문하지만 낯선 피자배달원이 온다. 그리고 그에게서 그녀 또한 히키코모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그녀를 만나기 위하여 용기를 내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놀랍게도 도쿄의 도로는 휑하기만 하고, 사람들은 모두 히키코모리가 되어 있었다. 도쿄를 달리고 달려 결국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 남자. 그 곳에서 그녀를 만난다.

#1. “ 나는 10년째 집 안에서 살고 있다. 나는 히키코모리다”

남자는 화장실에 앉아 짧게 남아 버린 휴지와 빈 휴지심을 꺼낸다. 휴지심의 둥근 부분을 손바닥에 얹고는 있는 힘을 주어 꾹 눌러 동그란 자국을 낸다. ‘이 동그라미가 사라지는데 얼마나 걸릴까? 10초... 10분... 10시간... 10일... 10달... 10년... ’ 라는 질문을 한다. 남자는 화장실 한쪽 벽면에 산처럼 쌓아 놓은 휴지심들 위로 방금 전 휴지심을 조심스럽게 올린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는 오프닝 장면이 지나가면 [引き籠もり] 라는 일본 글자 아래

히키코모리란 사전적으로는 ‘틀어박히다’. ‘들어앉다’. 라는 뜻으로서 오랜 시간 타인과의 접촉 없이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일본어라는 한국어 자막이 나온다.

‘보통 히키코모리들은 부모에게 얹혀살지만 나는 혼자 산다. 의외로 나는 TV를 보지 않는다. 그런데 밥은 매일 먹는다.’ 서서 밥을 먹고 있는 남자 뒤로 컵라면과 통조림 음식이 정갈하게 쌓여져 있다. 카메라는 그의 방을 훑으며 지나간다. 창밖의 눈부신 햇살과 대조적으로 그의 방은 어둡기도 하지만 편안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방의 공간을 다 차지해버리고 있는, 정리정돈이 잘 되어진 책들은 천정을 향해 자라나고 있다. 그는 10년 동안 유일하게 책을 읽고, 그 책들을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우두커니 서서 돈 봉투를 바라본다. 아버지께서 보내 주시는 돈 봉투. 처음 1년간은 돈과 편지를 같이 보내주셨지만 9년 동안은 돈 봉투만 보내는 아버지. 그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의지하지만 소통은 단절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에게는 돈과 전화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전화는 그에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는 전화를 걸어 음식을 시킨다. 배달 음식을 받고,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돈을 낸다. 단, 배달원과는 절대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사람들과 닿는 것이 싫다는 이유에서.

과거 회상 장면. 햇살이 뜨겁게 내리 쬐는 시내의 거리. 자동차 경적 소리, 어딘가 급히 걸어가는 하얀 와이셔츠 차림의 그는 퉁명스럽고 지쳐 보인다. 땀을 흘리며 걸어가던 그가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찡그린다. 이내 손바닥을 들어 그늘을 만든다. 눈이 부시게 내리쬐는 햇빛은 그에게 불편함이다. 쉬지 않고 들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는 영화를 보는 나까지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는 말한다. ‘햇빛에 닿는 것도 싫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 그는 편안한 표정으로 창문을 뚫고 들어온 햇빛을 보고 있다. 그는 햇빛의 움직임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피자를 먹고 모아둔 피자 박스에 기대어 잠이 든다.

#2. ‘11년 만에 마주쳤다.’ 그리고 지진

피자를 먹고 모아둔 피자 박스에 기대어 잠이 들었던 남자는 서서히 눈을 뜬다.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로 무기력한 눈빛. 그렇게 또 1년을 보낸 것이다. 그의 삶은 너무도 의미 없고 지루하게 흘러가고 있다. 서서 밥을 먹고, 변기에서 잠들면 좋은 꿈을 꾼다. 꾸벅꾸벅 졸면서 책을 읽거나 아버지가 쓰던 방 앞에서 그의 냄새를 느껴보기도 한다. 토요일마다 먹는 피자를 주문했다. 절대 눈 맞춤을 하지 않는 그가 피자배달원의 가터벨트를 보고 그녀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가 피자를 받고 잔돈을 건네받는 순간 갑자기 지진이 나더니 땅이 흔들린다. 쌓아둔 책들이 쏟아지고, 정리되어 있는 생수병들과 전화기가 흔들린다. 그런데 그 순간 피자배달원이 기절한다. 지진은 곧 주인공의 마음을 암시한다. 그가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왔던 삶이 피자배달원과 눈이 맞추어짐으로 인해 무너진 것이다. 감독은 그의 방에 정성스럽게 쌓아놓은 물건들이 흔들리고, 쓰러지는 장면들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그의 삶에 변화가 찾아오는 것을 미리 알리고 있다. 쓰러져 있는 피자배달부를 보며 허둥지둥 물을 가져오지만 기절한 여자가 마실 수 없음을 알고 자신이 물을 마시기도 하고, 분무기를 가져와 조심스럽게 여자 얼굴에 뿌려보기도 한다. 그러다 그는 그녀 앞에 누워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소매에 가려져있던 버튼 표시(전원버튼)와 다리에 새겨진 콤마. 남자는 잠시 주저하다가 버튼을 누르자 여자는 깨어난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는 남자와 (버튼을)눌렀냐고 물어보는 여자. 뜬금없이 ‘손가락절단’ 마술을 한다. 그녀는 남자의 방안을 둘러보더니 쌓여져있는 피자 박스 중 밑에서 여덟 번째 피자박스가 거꾸로 되어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는 그의 방은 “정말 완벽하다”고 말하고는, 자신의 헬멧 냄새를 맡으며 이건 “정말 끔직해” 라고 말한다.

그녀도 완벽한 고립을 원하는 것일까? 충격으로 이틀간 아무것도 못한 그는 침대에 누워 허공을 바라만 본다. ‘흔들린다’ 라는 말을 하고 일어나 그녀를 보기 위해 피자집에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하지만 그녀 대신 낯선 남자가 피자 배달원으로 오게 된다.

남자 주인공: 귀하의 점포에서 근무하시는 여성분은 오늘은... 휴무중인가요?

피자 배달원: 누구?

남자 주인공: 왜 그 하얗고... 가터벨트... 버튼이...

피자 배달원: 걔는 내 부인이다.

남자 주인공: (놀라 토끼 눈 된)

피자 배달원: 뻥이다. 걔도 어제 그만뒀어. 그 친구 말이야. 집에서 영원히 안 나오겠데. 다들 미쳤나봐. 참 오래 일한 앤데.

#3. ‘히키코모리가 히키코모리를 만나려면 방법은 하나뿐...’

신발장에서 운동화를 꺼내 신는다. 어두컴컴했던 자신의 집 현관문을 열어 본다. 눈부신 햇살이 그의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힘겹게 한발 나가려하지만 쉽지 않다. 햇살은 그에게 두려움이 되어 버렸다. 그는 그렇게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낸다. 그는 자신의 왼쪽 손바닥을 본다. 첫 장면 ‘이 동그라미가 사라지는데 얼마나 걸릴까? 10초... 10분... 10시간... 10일... 10달... 10년... ’ 라고 했던 그는 아직도 선명하게 동그랗게 찍혀 있는 손바닥을 보고 과감하게 용기를 내어 현관문 밖을 나가게 된다. 현관문 앞에서 그는 중얼거린다. ‘눈부셔...’ ‘덥다...’ ‘땀 싫은데...’ ‘내가 왜 나왔...’ 그러다가 머리카락을 쥐며 ‘다이자와 3번지다’라며 피자배달원이 가르쳐준 그녀의 주소를 말한다. ‘거길 가야지...’ ‘어느 쪽이더라’ ‘왼쪽...’ ‘전철역이...’ ‘아니야 버스가 좋아’ ‘다이자와 3번지는 케이오선이 머니까’ ‘아참 돈이 없다’ ‘누가 날 보고 있으면 안 되는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 아 그거!’ 뛰어 가기 시작한다. ‘있다~ 아자!’ ‘이걸로 산겐자야를 건너서...’ ‘왜 이렇게 안 나와’ ‘이걸 타고 가는 거야’ 그는 쪽문을 열고 자전거를 꺼낸다. 그러나 자전거는 나뭇가지들이 엉켜서 탈 수가 없다. 그의 수많은 중얼거림을 들으면서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심리를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자전거는 포기하고 걸어서 가기로 한다. 좋아! 행진이다. 마라톤 선수가 된 듯이 뛰어간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 거리에는 주인공 남자 외에는 아무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히키코모리가 된 것이다. 뛰어가는 주인공 남자 뒤로, 피자를 들고 있는 피자배달부 로봇이 배달 할 집 앞에서 서성이다가 카메라 정면을 응시한다. 뭔가 소름끼치는 장면이다. 주인공 남자가 도로 한 복판을 뛰어다녀도 차 한 대 지나가지 않는다. 희뿌연 도시에서 그가 말한다. ‘전부 들어가 버렸다’ ‘ 전부’ 집 안에서 창밖을 응시하고 있는 히키코모리들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생각한다. ‘내가 5년 전에도 저랬는데... ’ 그들을 보면서 히키코모리 생활을 한지 얼마쯤인지 맞혀 보기도 한다.

#4. ‘제발 나오세요. 빨리 나와... 지금 안 나오면 평생 못 나와요’

드디어 그녀를 찾았다. 그는 집 밖에. 그녀는 집 안에 있다. 둘 사이에는 유리창문 방범창이 가로막고 있다. 빨라 나오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그녀는 그를 보고 창문을 닫아 버린다. 문을 열지만 잠겨있는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러다 다시 지진이 발생한다. 누군가가 뛰어 나오며 소리친다. 빨리 밖으로 나오라고.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지진이 끝나자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피자배달원은 주인공 뒤에 서있었다. 그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남자는 그녀의 팔목에 있는 러브 버튼을 누르게 되었고, 그녀의 얼굴 뒤로 커튼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와 그녀는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그러다 또다시 지진이 난다. ‘흔들린다.’ 라는 말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 히키코모리와 은둔형 외톨이

사회 참여의 폭이 좁아져서 자기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는 의사소통을 하지 않으며, 생활환경과 오랫동안 단절된, 혼자 외로운 사람을 우리나라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 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가 은둔형 외톨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의 히키코모리에서 비롯된 것이나 두 나라의 관심영역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일본의 경우에는 단어 자체가 의미하는 것처럼 방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는 현상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반면 우리나라의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에는 대인관계의 단절이라는 부분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다(은둔형외톨이, 세상으로 나오기가 두려운 아이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 p21).

주인공 남자의 회상 장면을 통해 한때는 그도 사회생활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무엇 때문에 사회생활을 뒤로 하고 자신만의 공간속으로 들어갔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햇살과 사람이 닿는 것이 싫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 무언가 해결되지 못하는 어려운 일이나 대인관계에서 오는 극도의 불안을 피하기 위해 히키코모리 생활로 들어가게 된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누구나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신체 증상을 호소하거나 우울, 히스테리와 같은 정신장애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불안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만약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면 인간은 지금까지 살아 올 수 없었을 것이다. 불안이란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하고 실제적이거나 상상적 위협에 대한 유기체의 반응이다. 결국 불안이란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적절한 불안과 스트레스는 성과 향상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 그러나 사람마다 불안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정도가 다르고 개인차도 다르다. 불안에는 회피가 동반한다. 회피반응은 불쾌하거나 위협적인 사건을 연기 혹은 예방하기 위한 반응이며(의존성 성격장애와 회피성 성격장애 p91) 괴롭거나 힘든 상황을 직면하지 않으려고 외면하거나 회피한다. 이렇게 은둔 생활이 시작되면 대인관계에서 철수하게 되고, 자신만의 법칙대로 자신의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생활을 한다. 그러나 은둔 생활은 우울과 무기력한 모습을 가져온다.

⬛"이번 영화는 도쿄에 대한 인상을 표현하는 프로젝트로 그 주문에 충실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살인의 추억,2003], [괴물, 2006] 등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2008년. 기획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한국, 프랑스, 일본의 합작 영화 '도쿄!'를 연출하였다. 영화 도쿄는 미셸 공드리 감독(마이크롭 앤 가솔린, 2015), 레오 까락스 감독(퐁네프의 연인들, 1991)과 같은 세계적인 거장이 모여 각자의 시선으로 도쿄를 그려낸다.

일본의 대중문화에서는 ‘히키코모리’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봉준호 감독은 도쿄를 소재로 다루는 영화를 연출할 때 ‘히키코모리’의 이야기를 선택하였다. 그는 그의 영화 [흔들리는 도쿄]를 소개할 때 “도쿄의 모든 사람이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어느 날 지진이 일어나 다들 집밖으로 뛰쳐나온다. 잠깐 지축이 흔들리며 사람들은 우왕좌왕. 그러더니 흔들림이 딱 멈춘다. 갑자기 어색해진 사람들. 주섬주섬, 다시 자기만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로 설명한다. 특히 히키코모리의 이미지를 영상화시키는데 층층이 쌓인 빈 피자박스와 차곡차곡 벽을 채우는 두루마리 휴지심으로 형상화하였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의 봉테일(봉준호의 디테일, 섬세함)스러움은 특유의 유머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지진이 나고 기절한 여자를 바라보던 남자는 그녀의 소매에 가려져있던 버튼 표시(전원버튼)을 누른다. 그녀가 깨어나자 남자에게 (버튼을) “눌렀냐”고 물어보고, 눌렀다고 말하자 여자는 뜬금없이 손가락절단 마술을 한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DVD 코멘터리에서 이렇게 답한다. “‘상징적인 거세’, 평론가들이 물어보면 답하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아무도 안 물어봤다고 한다. 거세란 동물의 생식 기능을 없애는 것을 뜻하며 정신분석에서 거세란 어느 쪽 성이든 실제로 또는 상상 속에서 생식기를 잃거나 다치는 것을 말한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성격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5단계를 거쳐서 발달한다고 보았는데 구강기 갓난아이는 맛이 쓴 물건을 입에 넣었을 때처럼 자신에게 고통이 발생하면 그 물건을 뱉어버림으로써 싫은 대상을 없앤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 갓난아이는 성가신 대상에게 입을 다물고 고통을 피하는 법을 배운다(프로이트 심리학 입문, p137). 구강기, 항문기를 지난 남근기에 거세콤플렉스를 경험하고, 이러한 불안으로 인해 엄마에 대한 성적욕망을 포기하고 결국 아빠를 닮아 동일시하게 되는데 동일시는 욕구불만과 불안에서 발생한다. 여자 주인공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그녀는 히키코모리가 된 남자를 보고, 자신에게는 결핍되어 있는 그 무엇인가(그의 방은 “정말 완벽하다”고 말하고, 자신의 헬멧 냄새를 맡으며 이건 “정말 끔직해” 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을 때)를 그가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며 그와 동일한 목표에 도달하기를 바라면서 그를 모방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대표성을 지닌 어떤 매개체, 즉 ‘거세’라는 상징적인 표현을 이용해서 여주인공이 세상과의 단절을 손가락 절단 마술로 표현한 것이다.

프로이드가 설명한 각 단계별 고착에 따라 히키코모리의 원인을 연결 지을 수 있을까? 프로이드는 구강기에 고착되면 손톱 물어뜯기, 과음 등의 입을 통한 즐거움을 추구하게 된다. 특히 성인기에 이르러 다른 이에게 의존하거나 속임수에 잘 넘어가는 성향으로 발달될 수 있다. 두 번째 항문기다. 부모로부터 배변 훈련을 가혹하게 받은 사람일 경우 성인기에 이르러 항문보유적 혹은 항문배제적인 성향이 될 수 있다. 항문 보유적인 성향은 지나치게 깔끔하고 질서정연한 태도를 보이지만 항문 배제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지저분하고 흐트러진 행동을 보이게 된다. 남근기에 고착된 경우, 자만, 쾌락 추구, 성적으로 공격적이 될 수 있다. 이때 성적 매력이나 원망, 경쟁, 질투, 두려움 등의 갈등이 유발된다. 은둔형 외톨이의 특징을 살펴보면 ✔긴장한다 ✔폭력적이 된다 ✔아무런 의욕이 없다 ✔우울하다 ✔사람들의 비판에 상처받는다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한다 ✔이기고 지는 것에 예민하다 ✔과격하게 자기주장을 한다 ✔집 안에서 인터넷에 몰두한다. 등 비사회적이고 위축된 형태의 부적응을 보인다(은둔형외톨이, 세상으로 나오기가 두려운 아이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 p20). 그러나 은둔형외톨이를 정신질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은둔형외톨이 문제를 생각할 때는 정신질환자로 보고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에게 고착화 된 것은 무엇인지, 다양한 원인에 대하여 다각도로 탐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봉 감독은 "이번 영화는 도쿄에 대한 인상을 표현하는 프로젝트로 그 주문에 충실했다"고 한다. "도쿄에 대한 인상이 사람은 많지만 오히려 가장 외로워 보이는 것이었고 그런 막연한 도쿄의 인상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고 말했다. 일본 문화에서는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마음)’ 라는 분리된 두 개의 자아가 존재한다. 또한 그들은 이런 마음의 분리를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문화우월주의를 떠나 겉과 속이 달라 속마음을 알 수 없는데 인간관계에서 과연 ‘혼네(속마음)’와 ‘다테마에(겉마음)’ 은 타인에 대한 배려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또한 일본은 자연 재해 특히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전쟁ㆍ고문ㆍ자연재해ㆍ사고 등을 겪은 뒤 공포감에 휩싸이거나 마치 같은 경험을 현재도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정신질환을 PTSD라고 하는데 김택수 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일본인들이 호소하는 PTSD는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들이 차도나 큰 길 쪽으로는 안 다니려 하고 성수대교 붕괴 당시 생존자들이 마치 붕괴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에 괴로워하던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또 "단순한 우울증은 약을 안 먹어도 빠르면 6개월 안에 치유되는데 PTSD는 그렇지 않다"면서 "이 질환이 만성으로 치달으면 마치 성격처럼 굳어지기 때문에 우울증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 세상밖으로 끌어내기: 열린 결말

때때로 인간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해도, 지금 자신이 어떤 욕구가 강렬하게 느끼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하루라도 굶게 되거나 하루라도 잠을 자지 못하면 음식에 대한 욕구, 자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 것을 확실히 느낀다. 관계에 대한 욕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관계 욕구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이를 유지하려 하는 인간의 욕구이다. 우리는 늘 관계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결국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며, 이를 유지하려는 인간의 관계 욕구도 뒤집어 보면 거절이나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과 동일하다고 본다. 어떤 사람은 관계에 대한 욕구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 ‘당신은 거절을 당했습니다. 행복합니까?’ 라고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싫다고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관계 욕구가 있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관계욕구는 양육자와의 애착에서 생겨난다. ‘애착’이란 인생 초기에 가까운 사람에게 강한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며, 볼비(Bowlby, 1969)에 의하면, 애착은 부모 각각에 대해 아동이 가지는 강하고 지속적인 유대이다. 애착인형을 예로 들었을 때 아기들은 사람도 아닌데 인형으로부터 위안을 받는다. 누군가에는 애착 자동차가 될 수 있고, 애착 이불이 될 수 있다. 세상과 분리하고 틀어박혀 지내는 히키코모리에게는 방이라는 공간이 자신만의 애착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단절된 사회 속에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10년을 넘게 아버지에게 의존하며 고립된 삶을 살았던 히키코모리였지만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간다. 그가 용기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사랑’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은 일본의 대표적인 자연재해인 지진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그의 마음이 흔들렸고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 김유숙외 3인 지음, 은둔형외톨이, 세상으로 나오기가 두려운 아이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 학지사 (이너북스), 2012, p20-21

◾ 민병배외 1인 지음, 의존성 성격장애와 회피성 성격장애, 학지사, 2019, p91

◾ Calvin S.Hall 지음, 프로이트 심리학 입문, 홍신문화사, 2009,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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